2012년 8월 22일 수요일

[2012 호주 여행기] 0. 여행 전 1

래 나는 인간이다.

그래, 나는 방바닥에 앉아 달달한 아이스 티를 홀짝대며 별 노력없이 이 글을 끄적대는 순간에도 -- 좀처럼 만족이라고는 몰라서, 항상 뭔가를 원하고, 설령 그것이 이루어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만족의 기분은 금새 달아나는게 일반적인 -- 인간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채 불만에 가득한 상태이다. 이러한 불만족은 인간이란 동물을 위대하게 만들었지만, 반면에 인간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불만족한 상태에서 만족할 때까지 힘든 노력 하기, 만족스러운 것에 중독되기, 불만족한 상황에 순응하고 만족하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보내도록 만들어버렸다.
 만족을 위해선 꿈을 이루어야 하고, 그 만족감은 오래가지 않으니 더욱 새로운 목표를 찾아야 한다. 목표가 하나여선 금방 해결이 될테니 인생의 목표는 기다란 리스트로 관리해야 한다. "버킷 리스트" 말이다. 하나같이 자기계발서는 목표 세우기, 꿈 이루기에 열중하고, 철학서는 현실에 만족하기를 종용하고, 팝 문화와 상품들은 자신들에 중독되기를 열망한다. 중요한건 저자와 문화 생산자들 본인도 유심히 관찰해 보면 현실에는 불만족한 채 장미빛 꿈을 꾸며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하나의 만족이 생겼을 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한 순간의 짧은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때로는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흥미롭다. 겨울이 추워도 봄,여름,가을을 만족하며 지낸 배짱이 보다는 봄, 여름, 가을을 참고 견디며 짧은 겨울만 쉴 수 있었던 개미가 훌륭하다고 가르치듯, 인간은 미래의 짧은 만족을 위해 현재의 긴 불만족을 참을 수 있는 동물인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은 같은 크기의 자극에 둔해지는 습성이 있어서 만족에는 점점 더 강한 것이 필요하고, 거기에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즉, 좀 더 노력하고, 더 오래 참아야, 이후의 만족감도 커진다. 이러한 만족과 불만족의 사이클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반복되니, 결국 인간이 더 노력을 하였을 때, 미래에 기다리는 것은 훨씬 더 큰 시련과 의지와 견딤이 된다.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면, 만족을 향해가는 과정 그 자체가 만족이 되기도 하는데, --결과를 알기도 전에 열심히 한 것에 대해 느낀 뿌듯함, 아마 대부분 경험했으리라.-- 어떤 심리학자의 책에서 읽은바로는, 이러한 감정이 극단으로 가면 피학적인 것에서 만족을 느끼기도 한단다. 고통과 그것을 참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끼게 된다나 뭐라나... 과정이 목적이 되다보니, 참는 것 자체가 만족이요 목표가 되는 게 --필요해서 돈을 벌다보니 돈을 버는게 목적이 되고 그 외에는 필요가 없어지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것이-- 인간이란게 어쩔 수 없어보인다.

 그런데, 여행 이야기 한답시고 왜 이런 오프닝이냐고?

 생각해보면, 사서 고생의 대표자 격인 여행이란 행태도 뭔가, 이런 인간의 습성과 연관이 있어보였기 때문이다. 
 인간을  제외한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으려한다. 이동하는 동물들 조차 이는 기후 변화나 먹이등의 생태계 변화에 따라 살기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일 뿐, 더 힘든 곳,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을 즐기는 게 아니다.
 이와 달리, 인간은 왜 여행을 하는 걸까?  왜 인간들은 "모험"이랍시고, 위험한 일과 남이 하지 않은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도전하는 걸까? 가장 편하게 살기 좋은 곳은 내가 살고 있는 곳 아닌가? 고생인데다 위험하고 더군다나 돈을 내면서 해야 하는데다가, 무념무상으로 최상의 기온과 음식, tv와 인터넷이라는 최상의 컨텐츠를 가진 휴식의 최적의 장소인 "집"에서 쉬는 것을 포기하면서 말이다.

  "OO,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과연 그러하다! 남들 가지않는 먼 곳까지 간다는 것, 남들이 하지 않은 모험들은 인간에게는 만족스러운 일이고, 삶의 목표가 되는 행위이다. "어디" 까지 가봤다는 것은 자랑거리 면서 부러울만한 거리이고, 이런 "넌 아직 안 가봤니?" 식의 물음은 듣는 사람에게 자극을 주기에 충분하다. 항공사 광고가 바로 그 곳을 자극한다. 사서 고생하는 대표적인 행동이면서, 누구에게나 버킷리스트에 하나정도는 있는 "어디를 가보고 싶다"는 욕망. 쉬고 리프레쉬 하기 위해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필요없는 고생을 해야 한다는 점은, 인간이 가진 한정된 인생과 에너지의 효율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이상하기 그지없다. 
  사람들은 왜 떠나려고 하고, 떠남을 갈구할까? 불과 수십년 전만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난 곳에서 살다가, 죽는게 순리가 아니었을까? 그들은 단순히 어디에 가보는 것이 버킷 리스트에 있었을까? 떠나지 못해서 불만족에 평생을 살았을까? 과연 떠나는 것 자체에서 만족을 느꼈을까? 왜 지금의 우리는 여행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현실의 불만족을 피해, 만족감을 채우려는 욕구 한가지. 그에 따르는 과정도 만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간의 습성 한가지. 목표나 꿈과 더 큰 만족에 혈안이 된 현대 사회 한가지. 결국 여행이란 건, 이러한 것들이 선물해준 인간이 인생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하기 시작한 것은, 어느 순간엔가 나도 모르게, 나도 떠남을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다. 멀리가고 싶다. 나 혼자만의 경험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정작 어디로 떠나야 할지는 생각이 없었다. 그냥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 모르니, 자연적으로 왜 떠나고 싶은지 자신에게 되물었고, 또 물어봤지만 정확한 답은 알 수 없엇다. 정작 생각한 답이 "본능 아닌가? 다 그런거 아냐?" 였으니까 말이지.
  이런 생각들의 결론은 "여행 그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며, 나는 여행 자체로도 만족할 수 있어."였다. 지금 나는 뭔가 욕구불만의 상태이고, 그리고 그런 부족함은 이전에도 여행을 하면서 채워왔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나에게 평소 부족했던 만족이란 감정을 얻기위해 어디로든 떠나고 싶다. 그것이 불편하고 힘들고 위험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정과 결과에 만족할 자신을 가지고...

 사실 여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많다. 여행은 내 삶을 채워준다. 나에대해, 세상에 대해, 사람에 대해 생각을 가지고 떠나는 여행은 재미있다. 혼자라도 외롭지 않다. 생각할 거리를 가지고 다른 관점에서 관찰하게 되면 깨닫는 것이 생긴다. 이 때문에 흔히들 여행을 통해서 성숙한다고 말한다. 나도 더욱 더 성숙한 내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확신하건데, 이번 여행 이후의 내 모습은 이전의 모습과 많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사람은 안타깝게도 잘 변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때까지 그러해왔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나에게 만족을 줄 것이고, 이는 더 큰 불만족과 시련을 견디게 해 줄 마취제가 될 것이다. 그걸 성숙이라고 궂이 말한다면 나도 여행을 통해 더욱 성숙해 질 것이다. 하지만 이는 내가 변하거나 성장한 것이 아니라, 경험하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본질적인 나는 그대로이다.
 나도 인간이기에 떠남을 갈구한다. 그리고 기다림의 끝에 떠날 때가 되었다. 떠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단지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는 상태이지만...

- 이어서 계속... -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1. 이해하기 힘든 서비스를 만든 건 사용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의 잘못이다. 이래저래 설명이 된다 해도 모두가 이해할만한 서비스 기획과 운영이 되지 않은 점은 책임이 서비스 제공자의 몫인 것 같다.

2. 이번 "안철수 룸싸롱"이 터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관련 뉴스가 네이버에서는 나오고, 다음,구글에서는 인증 요구가 나왔겠지. 그 뉴스를 찾기위해 검색을 했다면 네이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을 것이다. 네이버는 이러한 사용자 불편을 알고 있었고, 다음은 모르고 있었을 것.(이를 불편을 해소하는 방식에서 네이버에 문제가 있었다지만..) 네이버가 가진 장점중 하나가 이러한 디테일함일텐데, 이번 일에선 오히려 독이됐고, 경쟁사에는 패 하나를 보여준 꼴이 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