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20일 화요일

케이팝 스타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들



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미국의 대표적 오디션 프로그램인 어메리칸 아이돌이 시작된지 10년이 지나서 뒤늦게 국내에 수입된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이제 대한민국 오락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요즘엔 일요일 저녁에 방송하는 k팝스타가 큰 인기이다. 먼저, 국내 가요계를 잡고 있는 3사 (sm, jyp, yg)에서 참여하고 있고, 회사 대표와 대표가수가 직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오디션 사상 처음으로 주말 황금시간대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참가자들의 실력도 이에 부흥하고 있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k팝스타의 인기를 보며,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서 드는 생각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시청자의 투표로 최고의 가수를 선정한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중음악은 대중을 위한 음악인 만큼, 소위 음악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이 찾을 수 없던 매력에 대해서 직접 대중들이 판단해서 선정해 준다는 것. 즉, 틀에 박힌 공식과 교육에 따른 결과로 길러진 획일화 된 가수가 아닌, 기존의 시선과는 다르지만 본인만의 스타일을 가진, 혹은 잠재력을 가진 가수들을 발굴하고 키우는 데 그 문화적인 효과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k팝스타는 어떨까? k팝스타의 선정기준은 아이돌 가수 기획사로 대표되는 3개 회사의 아이돌 선정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유행에 따른 아이돌 가수에 맞는 가수들이 심사에서도 대접을 받고 있다. 최신 유행하는 아델이나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 비욘세 스타일은 쉽게쉽게 통과하지만, 약간만 올드패션하거나 다른 스타일이면 탈락한다. 이들과 달리 윤미래 스타일의 랩은 개성이 없어서 탈락이고, 춤만 잘추는 친구들은 다른 것이 부족해도 통과다.  스타일이 똑같아도 최신 유행중인, 위의 최신 가수 스타일은 예외다(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최신 유행하는 스타일을 들여와서 그대로 한국화 하는 전략으로 가수들을 발굴하는 한국 아이돌 음악이 오디션 과정에서도 보여지는 것이다. ( 몇년 전부터 유행하는 후크송과 최근에야 국내 가요에 접목되고 있는 셔플등을 생각해보자. ) 기획 초기에서부터 아델만큼 위대한 가수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델과 비슷한 스타일의 곡을 소화할 가수를 찾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생방송으로 넘어가고, 시청자 투표가 진행되면서 문제는 더 많아진다.
먼저, 우리나라의 대부분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과 함께 투표가 시작되고, 방송의 마지막에 투표 결과를 방송한다. 이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전체 후보자의 노래를 다 듣고 비교 평가한 후 투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첫 번째 후보의 노래를 듣고 투표를 했다고 하자. 두번째 후보가 더 노래를 잘했다고 생각되어도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나마 첫 번째 후보와 두 번째 후보를 동률로 만드는 일 뿐이다. 시청자에게 객관적인 투표의 방식을 주지 않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보통 전체 공연이 끝나고 투표가 시작되고, 투표 결과는 다음날 발표된다.) 결국, 노래를 듣기 전에 투표를 시작해야 하고, 시청자 투표는 인기투표가 되고 마는 꼴이다. 떨어질 참가자는 방송 전에 결정되는 구조인 것이다. "지금부터 투표를 시작합니다!"하는 멘트는 누구의 노래도 듣지 못한 상태에서 흘러나온다.(방송국의 수수료 수익을 위한 것이란 것은 알고 있다.)
이러면서, 시청자 투표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하는 심사위원은 안타까워하고, 대중들의 비합리적 판단을 지적하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공정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은, 시청자 투표가 아니라 방송국의 투표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투표 방식은, 투표 수를 늘릴 것 같이 보이지만, 결국엔 공정성과 프로그램의 흥미를 떨어뜨리면서 이도 저도 아니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시청자 투표가 왜곡되는 현상은, 투표수가 높지 않아 일부 팬덤에 의해서 실제 실력과 다르게 집계되는 원인이 크다. 실제로 투표수를 늘리면, 공정성은 늘어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투표 비중을 낮추거나,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대선 투표율 보다 높은 어메리칸 아이돌을 생각해보자.)


참가자들도 문제이다. 외국 뿐만 아니라, 한국 오디션에서도 항상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여기서 이기는 것 보다 이후에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를 생각하라"는 것. k팝스타에서 자신의 스타일을 나타내는 가수는 몇 없다. 시청자들은 알고 있는 참가자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모르는지, 아니면 정말 3사의 기획팀들은 참가자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건지... 다른 음악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은 곡 선정과 편곡이고, 이는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자신의 음악 스타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보여주려 했는지를 물어보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참가자들에게 이러한 질문은 왜 가지 않는 것일까?


심사위원의 투표 개입도 문제가 있는 요소이다. 공개오디션 프로그램의 목적은 "기존의 시스템에서 발굴하지 못하던 가수"의 발굴이다. 그렇지 않다면, 소속사에서 오디션으로 뽑는 스타와의 차이점이 없다(노래는 수년간 훈련한 연습생들이 훨 낫다). 거기에는 심사위원으로 있는 대표들도 포함된다. 외국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심사위원들은 말로만 심사할 뿐, 점수를 수치화해서 공개하거나, 직접 결과에 포함하도록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 싸우거나 설명하면서, 관객과 시청자를 설득한다. 그들의 역할은 투표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다. 이는 시청자가 뽑는다는 대 전제가 기본 바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 오디션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도 "전문가"라는 명함으로 "대중"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착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예술음악의 경우는 대중과 다른 시각을 보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오디션으로 뽑으려고 하는 것은 "대중"가수이며, 전문가 보다 일반 대중이 정답을 가지고 있는 경우다. 대중 가수에서의 전문가는 일반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잘 예측하는 분이다. 전문가의 잣대에서 "서태지"는 나올수 없었다는 것. 이는 심사위원인 양현석씨가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케이트 허드슨이나 도트리 같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대중이 순각적으로 오판하여 탈락 시키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좋은 실력이라면, 대중들 뇌리에 각인되고, 결국엔 다시 대중 가수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아쉽게 탈락한 후보는 기억속에 남아있고, 뒤에 데뷔가 가능하다면 큰 홍보가 된다. 이 때까지의 오디션들에서 보면, 시청자들의 선택은 잘못된(?) 투표보다, 제대로된 발굴인 경우가 더 많았고, 한번 잘못된 투표도 결국에는 대중에 의해 바로잡아지는 과정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똑같은 호흡법과 공기 사용, 감정표현으로 똑같은 가수를 공장처럼 찍어낸다고 하면, 결국 우승자도 똑같은 공장에서 찍어냈던 같은 제품일 수 밖에 없다. 가창력도 없고, 랩도 못하고, 춤도 어느정도일 뿐인 한 청년이 참신한 표현력과 아이디어, 감정표현만을 무기로 내세웠고, 몇 주째 심사위원 최저점을 받으면서도 시청자 투표에 의지해 탈락하지 않았던 것을 보았다. 그가 받은 표들은 단지 시청자의 동정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시청자가 무의식적으로나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다음의 오디션 프로 기획에서는 참고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까 투표의 공정성이니 하는 인터넷에서의 논란은 그만 했으면 하는 심정이다. 시청자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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